때때로 조용한 밤에 묘한 기분으로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미래가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린 모두 밤하늘의 별처럼 흐드러지게 많은 생각과 선택 끝에 다다른
단 하나의 결론들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건강히 즐겁게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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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면 깜짝 놀란다. 나 진짜 무서운 놈이거든. 옆구리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 안 해. 근데 넌 날 쫄게 해. 네가 눈 앞에 보이면 긴장해. 그래서 짜증나. 짜증나는데 자꾸 기다려. 알아라, 좀. 염미정, 너 자신을 알라고”
흠씬 얻어맞을 각오로 링에 올라 가상현실 같은 시간을 견뎌 내고 연말에 불행 없었다고 말할 올해종이 울리고 또 한 해가 시작되었다. 2018년이라는 숫자가 적힌 빤쓰를 입고 다시 인생이라는 사각의 링에 올라..
행복의 계획은 실로 얼마나 인간에게 큰 불행을 가져다 주는가. 우리가 행복이라는 말을 통해 의미하는 것은 대개 잠시의 쾌감에 가까운 것. 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새해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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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다는 것은 외부에서 어떤 힘을 받아도 쉽게 변하거나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와 똑같이 일하고 밥을 챙겨 먹고 주위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이다
출판 편집자 '조은혜'가 바라보는 요즘 세상
김초엽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단편 ‘관내분실’의 배경은 죽은 이의 ‘마인드’를 ‘도서관’에 보관할 수 있는 시대다. 주인공 지민의 엄마인 은하의 마인드도 도서관에 있다. 하지만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지민은 엄마가 죽은 후 단 한 번도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엄마의 마인드가 분실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엄마의 마인드를 삭제한 것 같다고 했다. 지민은 허탈하게 사라진 엄마의 마인드를 찾기 위해 본 적 없는 엄마의 과거를 그제야 상상해 본다. 우리 엄마는 부산에 있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TV를 본 엄마는 오늘 아침에도 벌떡 일어나 아빠가 입고 갈 옷을 챙겨줬을 거다. 집 안 곳곳의 먼지를 털고 걸레로 방을 닦았을 것이고, 세탁기 버튼을 누른 뒤 귀찮다며 찬밥을 물에 말아 먹었을 거다.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며 빨래를 넌 빈방에 선풍기를 돌렸을 테지. 엄마의 하루는 늘 비슷했다. 나는 그런 엄마가 답답했고, 짜증났고, 미웠다. 청소 하루 안 해도 괜찮다고 해도 청소기를 들었고, 가만히 앉아만 있는 아빠의 밥그릇을 치우는 엄마. 집에만 가면 속이 터졌다. 늘 되새겼다. 엄마처럼 되면 안 돼. 엄마처럼 좁은 세계에 갇히면 안 돼. 나는 엄마 같은 사람이 아니야. 엄마처럼 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엄마를 대하는 마음조차 차가워졌다. 회사니까, 쉬어야 되니까, 더우니까, 바쁘니까, 커피 마셔야 하니까. 별별 이유를 다 끌어모아 내가 닿은 곳은 ‘이따가’였다. 돌이켜보면 내게도 엄마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게 속상했던 때가 있었다. 방학이 끝날 즈음 서울에 가기 싫다고 울기도 했다. 엄마는 언제나 낭랑한 사투리로 내 전화를 기쁘게 받고, 내 안부를 묻고, 돋보기를 끼고 내가 만든 책을 읽어주는데, 나는 왜 엄마를 자꾸 ‘이따가’로 여길까. 밥 먹으란 말에도 이따가, 어디를 가자는 말에도 이따가…. 며칠 전은 엄마의 생일이었다. 아무도 몰랐다. 아빠도, 동생도 뒤늦게 엄마를 챙겼다. 그들에게도 엄마는 ‘이따가’였으니까. 생일만은 무시할 수 없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또 혼자 명랑하고 밝은 목소리로 “안녀어어어어엉”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엄마의 지난 생일을 기억해 봤다. 함께한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관내분실’을 처음 읽은 날, 나는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KTX 안에서 엄마의 우주에 틈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엄마가 김치찌개를 좋아했던가?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지? 주부가 되기 전에 무슨 일을 했지? 여름이랑 겨울 중에 뭘 더 좋아하지? 엄마가 된다는 걸 어떻게 생각했지? 오랫동안 떨어져 산 탓을 하기에도, 엄마의 표면조차 읽을 수 없었다. 모두에게 잊힌 엄마 생일에 김초엽의 소설집을 다시 펼쳤다. 지민처럼 ‘세계의 한가운데에 있었을 엄마’를 상상했다. 내 세계에서 작은 파편으로 존재하는 엄마가, 내 삶에서는 조연에도 이름을 못 올리는 엄마가, 주인공이자 화자로 존재했던 시간을 그렸다. 눈부실 만큼 반짝거리는 엄마. 오로지 자신의 일로 기뻐하고 슬퍼하는 엄마.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천천하게 삶을 유영하는 엄마. 엄마가 아니었던 엄마. ‘누구보다 선명하고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이 세계에 존재했을’ 엄마를 찾아 기록하고, 볼 수 없는 엄마의 과거를 상상하다 보면 엄마가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삶을 상상으로 채울 수 없을 때는 내 하루에서 나를 잘라낸 뒤 엄마를 붙여 넣는다. 나도 결국 엄마의 얼굴을 나눠 가졌으니까. 엄마의 하루는 여전히 맘 아프고, 나는 여전히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연락은 뜸할 것이고 집에 가는 횟수는 더 줄어들 거다. 그래도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민이 엄마에게 했던 말을 나도 엄마에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자주 잊히는 수많은 엄마를 생각하며, 내가 언젠가 전하고 싶은 이 구절을 옮긴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게 진짜로 엄마의 지난 삶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지민은 한 발짝 다가섰다. 시선을 비스듬히 피하던 은하가 마침내 지민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지민은 알 수 있었다. “이제….” 단 한 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하루 한 잔의 위스키, 한 모금의 담배, 사랑하는 남자친구만으로도 충분한 미소의 인생 우린 무얼 위해 살아가고 있나 바쁘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몇가지 정도는 잃지 않고 사는 여유쯤은 가졌으면 좋겠다 근래 본 한국영화 중 제일 좋았다
내가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속에 앉아 있어줄 사람
우리 모두에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문학동네시인선 100번째 기념 티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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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느끼는 시간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2년 만에 본 마미 여전히 좋고 수록곡들은 가슴을 후벼파고 두고두고 보고싶은 장면들이 참 많다 엄마 보고싶다
Ryuichi sakumoto - Merry christmas Mr.lawrence
네가 숲 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숲의 일부가 되고 네가 빗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쏟아지는 비의 일부가 되지 네가 아침 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아침의 일부가 되고 네가 내 앞에 있을 때 너는 내 일부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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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있다
직장을 그만둔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사이에 만난 사람들은 더없이 부러워하면서도 마지막에 이 질문을 던지는 걸 잊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엔 뭐 할 건데?”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껏 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보려고요. 일단 올해는 좀 쉬고요.” 당차게 대답을 하면 질문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라고 시니컬하게 대응하거나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고 싶지는 않았다. 나라고 왜 다음이 걱정되지 않겠는가. 아니, 당사자인 나야말로 ‘다음’에 대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사람들은 늘 타인의 다음을 궁금해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칠 땐 폭력이 된다. 어떤 사람은 나를 붙잡고 한참 동안 얘기했다. 왜 좋은 직장을 때려치웠느냐, 요즘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걸 모르느냐, 글 쓰는 일만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겠느냐, 전혀 다른 일을 해보기엔 조금 늦은 나이가 아니냐, 나한테만 말해봐라 어디 믿는 구석이 있을 것 아니냐…. 지나친 관심은 오지랖을 넘어 오해를 낳는다. 급기야 “결혼할 사람이 부자인가 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제가 결혼을 해요? 누구랑 한대요? 그 사람이 부자래요?”
사생활이 왜 사생활이겠는가. 내가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이 사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나의 다음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이때까지 하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지금은 스스로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 중이다. 경력의 단절보다 무서운 것은 다음에 대해 꿈꿀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내게 새로운 자극을 줄 일을 찾아보고 싶다. 뭐든 ‘일’이 되면 짐이겠지만, 그리고 그 짐은 필경 나를 무겁게 만들겠지만, 나조차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일에 뛰어들고 싶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은 좀 쉬고 싶다. 이제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아버지를 생각해봐. 평생을 한 직장에서 일하셨잖아.” 또 다른 사람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처럼 살기 싫다는 게 아니다. 아버지에게 아버지의 삶이 있듯 내게는 내 삶이 있을 뿐이다. 평생을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의 숭고함에 대해서도, 한 가정을 꾸린 후 생계를 위해 모험을 포기하는 것의 거룩함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단지 나는 아직 혼자여서 심신이 상대적으로 가벼울 때 딴생각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무모하게 비칠 수도 있겠지만, 한 시기가 끝나야 비로소 다음이 온다고 믿는 것이다. 안 가본 길에 발을 들이고 싶은 것이다. “네가 뭘 하든 나는 네 편이다.” 정작 아버지는 소식을 듣고 전폭적인 믿음과 응원을 보내주셨다. 기쁜 마음으로 나의 다음을 기다려주시겠다고 했다.
문득 어렸을 때 많이 듣던 질문이 떠오른다.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그때마다 나는 가슴이 설레곤 했다. 탐정이 되고 싶었다가 탁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가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어느 날엔 화가가 되는 상상을, 또 어느 날엔 작가가 되는 상상을 했다. 막연했지만 먼 훗날의 일이어서 가능할 수 있었던 대답이었다. 감히 품을 수 있는 꿈이었다. 아무도 나의 다음에 딴죽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개중 어떤 꿈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다음’이 ‘지금’이 된 것들을 떠올리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다음이 있었기에 더없이 행복한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10대에는 공부를 하느라, 20대에는 스펙을 쌓느라, 30대에는 취업을 하고 경력을 쌓느라, 40대에는 가족을 부양하느라 머릿속으로 다음을 그려보지 못한다. 꿈꾸는 여유가 있을 턱이 없다. 하나의 탑을 쌓는 데 주력하느라 탑 사이사이에 틈을 내고 다른 탑은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 관찰할 마음을 갖기 힘들다. 지금을 채우기 바빠 선뜻 다음을 가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다음에 커서”라는 희망적인 말은 하루하루를 버티고 견디느라 점점 희미해지고 만다. 자신이 놓쳐버린 ‘다음’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기성세대는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엔 뭐 할 건데?”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두 번은 없다’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아무런 연습도, 훈련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지만 나는 다음이 두렵지 않다. 두렵지만, 그 두려움보다 더 큰 것은 다음이 있다는 믿음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지식과 살아온 경험을 나는 믿는다. 두 번은 없다. 그러나 다음이 있다. 다음은 있다. 그리고 분명, 다음에만 할 수 있는 것들, 다음이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오은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