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거의 2주 가까이 비가 온 것 같은데… 오늘 밤도 비가 내리길 바란다. 왜냐면 내일 휴무니까? 쾌적하고 안락한 방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것을 좋아한다. 꿉꿉한 반지하 방을 벗어났음에도,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던 그 방의 축축한 어두움과 빗소리를 떠올린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지, 어떻게 돌아가고 있든 간에 그 순간만큼은 안락함을 느꼈다. 비가 사람의 소리를 모두 휩쓰는 밤에 순간이 영원하기만을 바랐다. 아침이 밝아 오면 다시금 시작되는 일상이 버거워서, 영영 밤이 지나가지 않길, 비가 그치지 않길 바랐다.
H와 그의 피앙세가 다녀간 후, 나는 소파에 누워 조금 긴 낮잠에 빠졌다. 조용해진 집이 나를 반기고, 다시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코듀로이 소재의 소파 패드는 푹신했고, 얇지만 부드러운 이불은 에어컨의 한기를 적당히 잘 막아 주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기지개를 켜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떠한 시간이 다 끝나고 비로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대한 안도. 그럼에도 무슨 일인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 복합적인 감정을 뒤로 한 채 잠에 들었다. 어떠한 생각도 감정도 외면한 채로. 늘 불안과 안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느낀다. 그래서 잠에 드는 순간이 좋다. 자고 있는 내가 좋다. 전원이 꺼진 기계는 목적을 잃은 채 수면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설명하기 어려운 삶의 목적성, 설명하기 어려운 목적성에 대한 거북한 쇠사슬은 잠에들어야만 비로소 잊을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