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사람들은 흔히 좋게 말하면 듣지 않겠느냐는 식의 말을 종종 하는데, 반만 맞고 반은 틀린 말. 같은 말이라도 기왕이면 좋게 하면 좋은건 맞는데, 그렇게 해서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텐데, 대부분 결과는 마치 운명처럼 이미 정해있다. 절벽 아래로 우루루 뛰내리는 쥐떼처럼, 탄금대와 셀라야 벌판을 치닫는 조선군과 멕시코 혁명군 기병대처럼, 그저 정해진 길로 제 죽는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치달린다.
다시 말해 좋게 말하면 다르지 않았겠냐는 말을 주어 섬기는 자들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세상과 제대로 맞서 직언을 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래도 자기는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위선자에, 자기에게는 없는 타인의 용기를 인정하기는 커녕 은근 무시하고 조롱하는 소인배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굴러간다고들 말한다. 이 또한 정확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 투성이니 이 따위로 굴러갈 수 밖에 없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근데 누구 뭐랄 것도 없이, 나야 말로 자기 무덤 파듯 스스로 인생 하드 모드 걸고 마치 정해진 운명인양 사서 고생하는 야인의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린 시절 모두가 막연히 상상하던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주님은 이런 실패한 인생에도 시공과 인과를 초월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분이라는 믿음이 지금 내게 남은 유일한 희망.


















